해외통신원 소식

지역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한인들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4.11.07

지역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한인들


세계은행(World Bank)은 매년 7월 1일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저소득국(Low income), 저중소득국(Lower-middle income), 고중소득국(Upper-Middle income), 고소득국(High income) 등 4단계로 분류해 발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필리핀 1인당 국민총소득은 3,950달러로 저중소득국에 해당한다. 이는 같은 아세안에 속한 말레이시아(1만 1,700달러), 태국(7,200달러) 그리고 인도네시아(4,900달러) 보다 낮으며, 위 3개국은 고중소득국(2023년 기준 4,466~1만 3,845달러)에 해당한다.


필리핀 통계청이 2023년 12월 22일에 공개한 2023년 1분기 빈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 22.4%에 해당하는 2,524만 명이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21년(23.7%)보다는 감소했지만 2018년(21.1%)보다는 증가한 것이다.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소득을 빈곤선으로 보는데, 필리핀에서 개인이 최소 생활을 하는 데에는 월 2,759페소가 필요하며 이는 2021년(2,416페소) 대비 14.61% 그리고 2018년(2,106페소) 대비 31.48% 증가한 액수다.


빈곤선 이하에 있는 필리핀인은 2023년 1분기 기준 전체 인구 8.7%인 979만 명으로 2021년(9.9%)보다는 감소했고 2018년(8.5%)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필리핀 가구의 16.4%인 451만 가구가 빈곤층에 해당하며, 빈곤 가구 비율은 2021년(18.0%) 보다 감소했고 2018년(16.2%)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2023년 1분기 기준 가구(5인 기준) 빈곤선은 월 1만 3,797페소였으며, 2021년 1분기(12,082페소) 대비 14.19% 그리고 2018년 1분기(10,532페소)와 비교할 때는 31% 급증했다.


이를 놓고 볼 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필리핀인의 삶은 과거보다 힘들어졌으며 생존에 필요한 최소 비용 역시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빈곤 문제는 필리핀에서 오래된 사회 문제이며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빈곤 문제는 사회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토지 개혁을 실패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하지만 빈곤이 지속 및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필리핀 한 가구가 필요한 최소 식비는 월 9,550페소로, 1분기 빈곤선 소득인 1만 3,797페소의 69.22%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빈곤선 소득 중 약 70%가 식비로 지출되고 있어 먹는 것 이외에 다른 활동에 사용할 가처분소득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2023년 1분기 기준 필리핀 내 빈곤선 이하 가구는 전체 가구 5.9%인 162만 가구로 2021년(7.1%) 그리고 2018년(6.2%)보다는 감소했다. 빈곤선 이하 가구는 감소했지만 식비 부담은 과거보다 증가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소득 수준과 앞서 살펴본 현실을 놓고 볼 때 필리핀에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소수 부족은 더욱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와 술루 제도에 주로 거주하는 무슬림인 모로(Moro)는 대표적인 소수 부족 중 하나다. 민다나오 고원 지대에는 루마드(Lumad), 민다나오 동부에 주로 거주하는 부뚜아논(Butuanon), 그리고 역시 민다나오에는 수리가논(Surigaonon) 등 소수 부족이 있다. 이들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부족도 많다.


< (좌)아에따 마을로 가는 길, (우)아에따가 거주하고 있는 집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들 가운데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지역에 아에따(Aeta)라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에따는 필리핀 루손섬 사악 지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토착민으로, 검은색 피부가 특징적이다. 또한 필리핀 사람들보다 작은 키와 체격이며 곱슬머리가 있는 사람이 많다. 아에따는 필리핀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보다 더 먼저 해당 지역에 이주하여 정착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스페인 통치기에는 이들은 네그리토(Negrito)로 불렀으며 북부 루손에 있는 이들은 뿌구뜨(Pugut) 또는 뿌고뜨(Pugot)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아에따를 돕기 위해 인근 앙헬레스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2017년부터 앙헬레스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조영운 대표는 '국경 없는 사랑나눔회'를 발족해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현재 통신원을 포함한 10여 명 정도가 2주마다 아에따들이 거주하는 동네를 방문해 음식을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조영운 씨는 필리핀에서 버는 수익금을 필리핀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한인들과 직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되기도 했으나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면서 최근에는 관광객들도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참여하는 관광객들은 십시일반(十匙一飯)하는 마음으로 여행 일정 일부를 아에따와 함께 하고 있다. 아에따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산이기에 비포장 험로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하기보다는 해가 뜬 시간대에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는 길에는 방목된 닭, 염소 그리고 소 등도 있어 교통사고를 유의해야 한다. 어두워진 뒤에는 돌아오는 길 역시 가는 길 못지않게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좌)쌀, 필리핀 라면 등을 받기 위해 모인 마을 주민들, (우)의료봉사 중인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갈 때마다 250여 명 이상 되는 아이들에게 빵, 음료수, 초코파이, 쌀, 라면 등을 나눠주고 있어 재정적인 부담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국경 없는 사랑나눔회' 조영운 대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얼굴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닐 것"이라고 밝혔다.


아에따들이 사는 곳에는 의료 관련 시설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오는 의사들이 있어 간단한 치과 진료나 의약품 등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조영운 대표는 "의료봉사를 원하시는 분들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도 전했다.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이익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이들과 또 그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The Manila Bulletin》 (2024. 3. 25). Philippines on track to achieve upper middle-income status by 2025, https://mb.com.ph/2024/3/25/philippines-on-track-to-achieve-upper-middle-income-status-by-2025

- 필리핀 통계청 홈페이지, https://psa.gov.ph/statistics/poverty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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