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치맥말고, ‘치토’와 ‘치차’ 함께 하실래요?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2.22

중앙아시아 주요국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은 다양한 민족만큼이나 개성 강한 먹거리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이중 닭으로 만든 음식이 단연 인기가 높다. 사실 닭고기야말로 호불호가 크게 없이 전 세계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주요 식재료로서 굽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끓여 먹는 등 다방면의 요리가 가능한 것이 그 특징이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닭고기를 주재료로 한 국민 먹거리 ‘치킨’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타바카’(닭고기 통 그릴)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치킨의 장점은 한 끼 식사대용으로 훌륭할 뿐더러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기구이 통닭이나 기름에 튀겨내는 닭고기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가장 중요 위치에 ‘타바카’를 굽는 대형 전기구이 기계들이 설치되어있어, 수십 마리의 닭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익어가는 냄새가 절로 침샘을 자극한다.

<대형 슈퍼에서 팔고 있는 ‘타바카’ (닭고기 통 그릴)>

 

<대형 슈퍼에서 팔고 있는 ‘타바카’ (닭고기 통 그릴)>


닭고기 요리와 어울리는 음료를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아마도 콜라나 맥주가 떠오를 것이다. 한국에서는 치킨과 궁합이 맞는 음료들을 조합해 부르는 일명 ‘치맥(치킨+맥주)’, ‘치콜(치킨+콜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환상의 조합임은 틀림없다.


한편, 우즈베키스탄 현지인들도 닭고기와 콜라를 함께 먹긴 하나, 한국과 다른 이색 조합이 있는데, ‘토마토주스’와 ‘차이’가 그것이다. 필자가 처음 통 그릴 닭과 토마토주스를 접했던 당시를 떠올려 보자면 다소 당황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기본양념이 배어있는 닭고기, 짭짤한 맛을 내는 토마토주스와 고수(향신료 역할을 대신하는 야채)를 넣은 소스는 생소함과 함께 다소 거부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닭고기를 톡 쏘는 탄산음료가 없이, 그것도 ‘토마토 주스’와 먹다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닭과 토마토는 영양적인 면에서나 맛의 궁합 면에서나 최상의 조합임을 알고 나서는 이곳에 왜 그렇게 토마토주스가 많고, 인기 있는지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인들은 오래전부터 ‘치토’(치킨+토마토주스)와 ‘치차’(치킨+차)를 즐겨왔으며 수도 타슈켄트 번화가 중 한 곳인 브로드웨이 거리 법학 대학교 옆에는 이 두 메뉴만을 전문으로 20년이 넘게 성업 중인 ‘UGOROK’(구석)이라는 식당도 존재한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무렵 ‘UGOROK’을 찾을 때면 순번 표를 받는 것은 기본이며 포장 주문도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무척 인기가 높다. 다시 말하자면, 우즈베키스탄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치킨은 일종의 ‘통닭 그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지 닭요리 전문점 UGOROK(좌), ‘타바카’와 함께 먹는 토마토주스(우)>


<현지 닭요리 전문점 UGOROK(좌), ‘타바카’와 함께 먹는 토마토주스(우)>


한편, 최근 우즈베키스탄 내 한류 열풍과 더불어, 밀가루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와 그 위에 달콤한 소스를 얻어먹는 한국식 양념치킨이 통닭 그릴 맛에 길들여진 우즈베키스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식 치킨을 파는 한식당, 거리에 세워진 입간판,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


<왼쪽부터 한국식 치킨을 파는 한식당, 거리에 세워진 입간판,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미라바드구 주변으로 생성된 한국인 거리 ‘유작스까야 울리짜’에는 한국 빵집, 상점 및 한국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부터 한국식 치킨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주 고객은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로 시작하여 지금은 한국 치킨 마니아인 현지인들이 주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주문하는 형태는 한국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이슬람 종교를 따르는 인구가 대부분인 나라 특성상 맥주를 대신해 토마토주스나 차를 곁들여 치킨을 즐긴다고 한다.


현지 한국식 치킨 마니아들의 시식 후기를 들어보면 일단 한국식 치킨은 그 바삭함이 좋고 이제까지 맛보지 못한 매콤 달콤한 소스는 그야말로 일품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단 한번 맛을 보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시 찾게 되고, ‘타바카’와는 전혀 다른 닭고기 요리의 신세계라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한국 치킨의 인기는 최근 한식당 외에도 현지 식당의 메뉴판 상에 ‘소스와 곁들여먹는 치킨 요리’로 등장할 정도이다. 


지난 한 해 한국산 라면과 김치가 크게 인기를 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2016년 연초부터 심상치 않게 불고 있는 한국식 치킨의 인기와 한국산 캔 커피의 인기로 미루어 볼 때 올해도 한식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자신한다. 끝으로,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전혀 예상하거나 기대치 못했던 한국식 치킨을 즐기고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한식뿐만 아니라 한류의 얼굴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이명숙 우즈베키스탄/타슈겐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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