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벨기에 왕립미술대학교를 대표하는 한국인 조각가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7.19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왕립미술대학교 (Academie royale des beaux-arts de Bruxelles)는 1711년에 창설된 3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벨기에에서 현재 순수미술로는 최고로 인정 받는 미술학교이다.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우리에게 TV만화로 잘 알려진 <스머프>를 그린 페요가 다녔던 학교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이러한 벨기에 명문 미술대학교에서 6월 말에 조각과 학년말 전시회가 열렸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인 학생이 1등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신원이 직접 전시회 현장을 방문하였다. 총 5명의 한국인 학생이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이 중 3명의 학생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서 인터뷰를 해 보았다.
 
유리 조각가 김정희 프로필 사진 - 출처 : 김정희 학생


<유리 조각가 김정희 프로필 사진 - 출처 : 김정희 학생>


석사 과정에 재학중인 김정희 학생은 이미 벨기에에서 인정받고 있는 조각가로서 벨기에 내 개인전 뿐만 아니라 벨기에 작가 13명에 선정되어 독일 뮌헨 전시회 (Munich au salon international Handwerk & Design)에 참가하는 등 벨기에 내외 다양한 유력 전시회들로부터 초청받고 있다. 2016년에는 벨기에 조각 공모전 (Le prix Mark Macken)에 입상했으며 현재 세계 공예 협회 (World Crafts Council) 35주년 전시회에 참여중이다.
 
김정희 학생의 작품 ‘[E]au-dela’ - 출처 : 김정희 학생>


<김정희 학생의 작품 ‘[E]au-dela’ - 출처 : 김정희 학생>


김정희 학생은 유리 조각 작품이라 특수 촬영이 필요하다며 이번 전시회에 출시한 작품 사진을 직접 촬영해서 통신원에게 보내 주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올바르게 알리고자 하는 예술가의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김정희 학생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 작품명이 독특하다. 작품명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김정희 : 작품의 제목은 ‘[E]au-dela’로  Eau-Dela (물의 수면)와 Au-dela (건너편)을 함께 표기한 것이다.내 작업의 기본 모티브는 물의 수면이다. 물의 수면은 물위와 아래로 두 공간을 나누며, 유리라는 재료도 밖과 안을 나눈다. 또한 유리는 외부와 내부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오브제이다. 유리를 통해 분리되는 공간이 ‘건너편’이 되며 이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을 의미 할 수 있으며 공간적으로 이상향이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으며 뿐만 아니라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관객의 움직임 즉 시야의 변화에 따라 나의 유리 작품은 색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완전히 투명해 지거나 또는 다시 색들이 선명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바로 ‘건너편’ 즉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은 어딘 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Q : 벨기에에서 수학하며 조각가로 활동하는데 있어서 장점은 무엇인가?   
김정희 : 벨기에는 세계 4대 시장으로 미술시장이 발달한 나라이지만 갤러리나 전시장에 비해서 작가의 비율이 적어 전시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또한 벨기에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벨기에에서 작업된 작품들이 다른 유럽 나라에서 전시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전시 작품을 설치 중인 최승화 학생  출처 : 최승화 학생


<전시 작품을 설치 중인 최승화 학생  출처 : 최승화 학생>


이번 작품 전시회에서 1등을 차지한 한국인 유학생 최승화 학생은 ‘학사를 마친 뒤 석사과정을 결정하기에 앞서 작가로서의 삶을 계속해서 걸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이번 졸업 전시회는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작가의 길을 걸어온 끝에 있는 도착지란 느낌이 있고 또한 동시에 작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지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 ‘Poetique de Trois fois rien’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번 전시회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 ‘Poetique de Trois fois rien’  출처 : 통신원 촬영>


Q :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최승화 : 하나의 그림 퍼즐 조각들을 모으듯이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분해하고 재구성한다. 사전에 면밀히 작품의 결과를 구상하는 작업방식을 취하지 않고 내가 모은 파편들을 끊임없이 이리 저리 놓아보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한 작업의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조합에 집중한다. 조각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원형에 주목하여 비록 원래의 기능성은 상실했지만 그 자체로써 가지고 있는 조형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재료들과 함께 작업속에서 새로운 의미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작품은 구조적으로 교차되어 있는 모습과 각각의 오브제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며 정체되어 있는 작업이지만 보여지는 형상으로 하여금 작업이 흘러가고 있는 듯한 시각적인 착시, 즉 유동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통한 자유로운 해석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역할은 존재한다.


박효재 학생의 작품 ‘Sisyphean’  출처 : 통신원 촬영


<박효재 학생의 작품 ‘Sisyphean’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회의 많은 작품들 중 통신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박효재 학생의 ‘Sisyphean’이었다. 작품과 어울리는 작품의 제목이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Q :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박효재 : 나의 작품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개인적 심리상태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학을 전공한 후 조소과로 전과하면서 약 10년동안 예술과 함께 했지만 오히려 예술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예술과 예술가,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시지프스 신화는 잘 알려진 만큼 반복되는 노동의 형벌을 받는데, 신들이 생각하기에 한없이 무의미한 노동만큼 가혹한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신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때 까뮈는 오히려 긍정직인 관점을 제시하였다. 모든 대립적인 사고나 사물들은 개별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반의어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진정한 예술을 위해서는 이러한 대립, 충돌, 긍정적 효과 창출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예술적 고뇌와 어려움들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결합하여 하나의 예술적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무브먼트 메커니즘을 사용해 보았고 내가 했던 기존의 작업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비용과 공력이 많이 들어간, 나의 작가적 진심이 가장 많이 반영된 애착이 가는 작업이다.   


앞으로 벨기에에서 한국 예술을 알리는 활동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한국인 작가로서 열심히 활동한다면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나라와, 더 나아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대답한 최승화 학생의 말처럼 앞으로 벨기에에서 젊은 한국인 작가들의 두드러진 작품 활동을 기대해 본다.

 

 고소영 벨기에 /겐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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