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소련 시인 아흐마토바, 1956년 정철(鄭澈) 시조·가사 러시아어 첫 번역집 출간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9.21

송강문화선양회와 사단법인 송강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3회 한-러 국제송강작품유물특별전'이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 8월 29~9월 3일까지 열렸다


<송강문화선양회와 사단법인 송강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3회 한-러 국제송강작품유물특별전'이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 8월 29~9월 3일까지 열렸다.>


한글을 문학어로 활용한 최초의 인물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의 작품이 러시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철은 러시아의 푸시킨과 비견된다. 푸시킨이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려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숭앙하듯 민족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송강 정철도 시와 산문, 특히 가사 문학에서 한글을 문학적으로 승화, 발전시킨 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작품이 서예문인화가들의 필력으로 되살아나 더 고고하고 담박해졌다. 송강문화선양회와 사단법인 송강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3회 한-러 국제송강작품유물특별전>이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 8월 29~9월 3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송강 선생의 유적지 모습과 유품, 서적, 서예작품 등이 동시에 선보였다.


전시회는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한국 문화원과 모스크바 세종학당, 모스크바 소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한국의 문학이나 동양학에 관심을 가진 현지인들로 행사장을 찾아 만원이었다. 특히, 한-러 전 초대 및 협찬 작가들 20여 명이 고운 한복을 입고 모스크바를 방문해 전시회를 빛냈다.


3회 한-러 국제송강작품유물특별전'을 관람중인 러시아 학생들


<'제3회 한-러 국제송강작품유물특별전'을 관람중인 러시아 학생들>


서양화와 동양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화(詩畵)며 서양인들이 시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그래서일까, 러시아인들은 다양한 서체의 시화들과 서예 작품들을 5분에서 10분 이상 꼼꼼히 살펴봤다. 동양 고전에는 시구나 명구가 담겨 있으며 그 글귀들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풍자성이 짙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된 송강의 가사나 시편들도 그러했다. 관람객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한 카탈로그를 찾아가며 벽면에 전시된 그의 시편들을 감상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영어와 러시아, 한문, 작품 원문으로 소개됐다. 


관동별곡(關東別曲) 원문을 현대어로 옮겨놓은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본 알렉세이 디스첸코(24, 학생) 씨는 “한국어 수업 시간에 가끔 교과서에서 나오는 한국의 시들을 유심히 읽었다”며 “조선시대의 정철이라는 문인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 쉽게 이(관동별곡) 작품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카달로그에 축약된 작품의 내용을 염두하며 읽는 게 재미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문학이라는 게 글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인데 그림을 보면서 추측하건데 작가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며 “캘리그라피(글씨체)를 보는 것도 적잖은 재미”라고 설명했다.

관동별곡(關東別曲) 원문을 현대어로 옮겨놓은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본 알렉세이 디스첸코 씨

 

<관동별곡(關東別曲) 원문을 현대어로 옮겨놓은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본 알렉세이 디스첸코 씨>


한국고전문학 1958년 러시아어 번역본


 <한국고전문학 1958년 러시아어 번역본>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본 송강 정철의 작품은 고등학교에서 공부했던 교과서에 담긴 그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생생함을 가져다줬는데 먹의 담박함과 고아함을 통해 동양 전통예술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부드러움, 자연의 아름다움이 생명력을 얻어서는 아닐까 생각해봤다. 모스크바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미원 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국어 시험을 잘 보기 위해그의 작품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우리 고전 문학의 아름다움을 외국에서 느끼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완전히 잊고 지냈던 정철의 시를 모스크바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주러 한국문화원과 주최 측에 고마운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송강 정철의 삶과 시세계에 대해 소개한 이리나 리보브나 엠게우(MGU,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 대학 한국어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국고전문학≫이란 제목으로 조선중기 문학이 러시아에 소개된 것은 1956년이다. 소련을 대표하는 여류 시인인 안나 아흐마토바(Анна Ахматова, 1889년 6월 23~ 1966년 3월 5일) 가 레닌그라그 국립대학교(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한국학 전공자들과 함께 당대를 대표했던 한국고전문학 작품을 러시아에 소개했다. 안나 아흐마토바는 한국어를 몰랐지만 레닌그라드 한국학 관계자들이 초벌-재벌 번역을 한 후 아흐마토바 시인이 최대한 러시아의 운율감과 정서에 맞는 문학적 기교를 살려 정철의 작품을 각색했다.


이후 2009년 번역가이자 작가인 알렉산드르 조브티스 씨가 정철의 작품만을 모아 번역한 <<고독한 두루미(Одинокий журавль)>>를 출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나 리보브나 교수는 “조선중기의 문학 등이 대체적으로 한자로 많이 쓰여저 한러 번역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1956년 당대 최고의 소련 여류 시인이었던 안나 아흐마토바가 정철을 비롯한 당대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한바 있다”며 “러시아 한국고전문학 전공자들은 조선중기 작품 가운데 정철의 시조들을 최고로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최승현 러시아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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