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 시 부문]
유적에 핀 꽃
문인기 / 인도네시아
아침에 일찍 다녀간 비는
허물어져 가는 벽에서 눈물로 흐르고
슬픔의 한이라도 서린 듯
오래 닫힌 방에는 한 줄기 빛이 관통한다
비라도 오지 않았다면
시류로 메말라가는 순례자로서는
슬픈 역사를 찾기보다는
풍상의 흔적을 벽돌에서 찾으리라.
전쟁의 상흔인가
본래가 피 색인가
비에 젖은 벽채는 피처럼 붉어도
창문은 한 폭의 캔버스가 되었다.
아이비가 감아 덮는 유적
그 사각의 벽 정점에
별같이 모여 핀 보라색 꽃무리
메마른 가슴의 눈으로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