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통해 오늘의 한국을 만난다
< 강연 중인 서영인 자료구축부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2026 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 주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과 국립한국문학관이 주최/주관한 한 'K-컬처, 알수록 즐겁다! 한국문학을 통해 본 한국 문화' 행사가 지난 5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LA 한국문화원(원장 이해돈)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넘어 한국문학을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세종학당 수강생들과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진 현지인들이 다수 참석해 큰 관심을 받았다.
< 세종학당 학생들과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로 가득찬 객석 - 출처: 통신원 촬영 >
5월 22일(금) 행사는 1부 강연, 2부 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1부 강연은 국립한국문학관 서영인 자료구축부장이 맡았다. 서영인 부장은 현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한국문학 자료의 수집·관리·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문학 박사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의 주제는 ‘현재의 한국문학’이었다. 서영인 부장은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콘텐츠와 관련된 퀴즈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국 문화 요소를 맞혀보는 시간을 통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뒤, 오늘날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인 ‘다양성’과 ‘장르문학’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로 다양성 부문에서 『82년생 김지영』, 『대도시의 사랑법』, 『딸에 대하여』가 소개됐다. 서영인 부장은 최근 한국문학이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 과거에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한국 여성의 삶을 통해 사회 속에 존재하는 성차별의 문제를 보여준 작품으로 소개됐으며,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 소수자 청년의 삶을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언급됐다. 또한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자인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복합적인 감정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소개됐다. 이어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을 통해 한국문학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 역사적 상처와 인간 보편의 고통, 애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서영인 부장은 한국문학이 특정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장르 문학이었다. 서영인 부장은 『저주토끼』, 『천 개의 파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의 SF와 판타지, 호러 문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작품이 단순한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강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드라마 <킹덤>을 예로 들며 한국문학이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면서 세계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부 좌담, 북미의 한인 작가인 로사 권 이스턴(Rosa Kwon Easton)과 리사 리(Lisa Lee)씨가 초대됐고
서영인 자료구축부장과 통역원이 함께 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국문학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학당 수강생과 문학 애호가들은 한국 여성 문학의 전통, 디아스포라 문학의 영향, 한국문학 번역의 의미 등에 대해 수준 높은 질문을 던졌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질문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학을 대할 때 단순히 읽기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의 사회적·역사적 맥락까지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어 진행된 2부 행사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로사 권 이스턴(Rosa Kwon Easton)과 리사 리(Lisa Lee)를 초청한 특별 좌담이 열렸다. 좌담은 서영인 부장이 사회자(Moderator)를 맡아 진행했으며, 디아스포라 문학과 정체성, 이민 경험, 한국문학의 영향 등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화이트 멀버리(White Mulberry)』의 저자인 로사 권 이스턴은 가족사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한(American Han)』의 저자 리사 리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경험한 정체성의 고민과 이민 가족의 이야기가 자신 작품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두 작가는 한강 작가를 비롯한 한국문학 번역 작품들을 꾸준히 읽고 있으며, 한국문학이 자신들의 창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관객들과의 대화 역시 뜨거웠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소속감, 이민자의 경험,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두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답변을 들려줬다. 특히 "포기하지 말고 계속 쓰라"는 조언은 현장에 있던 예비 작가들과 학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 로비에 진열된 한국 문학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강연장 로비에는 강연에서 소개된 작품들의 한국어판과 영어 번역본이 함께 전시되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작품을 직접 살펴보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을 통해 한국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와 역사,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경험까지 함께 조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행사 내내 이어진 현지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날카로운 질문들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한류 소비를 넘어 진정한 문화적 이해와 공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